현대차, 24일부터 인증 중고차 사업 개시
올해 5천대 판매 목표
앱, 웹 중심 온라인 판매 운영 시작
중고차 시장 지각변동 예상
현대차가 오는 24일부터 국내에서 ‘인증 중고차’ 판매를 시작한다. 현대차는 19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에 위치한 ‘현대 인증 중고차 양산센터’에서 언론 간담회를 열고, 인증 중고차 사업 출범 행사를 가졌다. 이날 상품화 작업을 완료한 팰리세이드 인증 중고차와 제네시스 G80 인증 중고차를 처음 공개하고 “신뢰도 높은 중고차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해 1월 중고차매매업 사업자로 등록했고, 이후 매집에서부터 상품화, 물류, 판매에 이르는 사업 전 과정에 걸쳐 자체 인프라를 준비하였다.
현대차는 국내 완성차 브랜드 최초로 제조사 인증 중고차를 공급하는 만큼 신뢰성에 최대 방점을 두고 판매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신차의 제조공장에 해당하는 인증 중고차 전용 상품화센터를 경남 양산과 경기도 용인 2곳에 마련했다. 양산센터는 매입한 중고차를 상품화하는 시설로 쓰고, 판매는 일단 온라인으로만 진행한다. 소비자가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중고차를 구매하면 이곳에서 출하하는 구조다. 5년·10만㎞ 이내 무사고 차만 판매 대상으로 삼는다.
270여개 항목 점검, 내외부 VR 확인 가능
양산센터는 하루 60대, 용인센터는 하루 30대의 차를 상품화한다. 현대차는 272개 항목, 제네시스는 287개 항목을 최첨단 장비를 이용해 정밀하게 점검한다. 진단 결과에 따라 품질 개선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점검 리포트’를 작성하여, 소비자가 볼 수 있도록 투명하게 공개한다.
현대차는 “중고차를 판매하는 업체가 내세우는 인증 중고차와 달리, 현대차 인증 중고차는 자사가 보유한 제조 및 서비스 기술을 활용한다는 차이가 있다”며 “오랜 기간 신차 생산과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쌓은 기술과 노하우가 있다”고 자신 있게 밝혔다.
현대차는 인증 중고차 전용 웹사이트와 앱을 내놓았다. 상품 검색은 물론, 견적, 계약, 결제, 배송 등 모든 과정이 온라인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중고차 내외부를 360도 가상현실(VR)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누구나 누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부 사진을 더했다. 실내 공기 쾌적도를 수치화하고 시동을 걸었을 때의 엔진소리를 녹음해 들려준다. 구입한 차는 소비자가 원하는 장소로 배송된다. 현대차는 향후 중고차를 살펴볼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하고, 인증 중고차 센터도 용인·양산 외에 추가로 구축할 계획이다.
‘내차팔기’서비스도 선보여
신차 구입 고객이 타던 차량을 파는 ‘내차팔기’서비스도 선보인다.
‘내차팔기’서비스는 지난해 4월 중소벤처기업주의 사업조정권고안에 따라 현대차, 제네시스 신차 구입 고객만 이용이 가능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작년 4월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하며 이같은 제한을 내걸었다. 현대차에 차를 팔 땐 인공지능(AI)이 매입가를 산출한다. 현대차는 최근 3년간 국내 중고차 거래 약 80%의 실거래 가격을 확보해 데이터베이스화했고, 거래데이터를 15일마다 업데이트 할 예정이다. 전문 인력이 차 상태 확인을 위해 방문하는데, 사고 유무나 파손 상태만 확인하고 가격 흥정이나 감정평가는 하지 않는다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중고차 포털도 내놔… “정보 비대칭 해소하겠다”
소비자들은 제조사의 중고차 사업 진출로, 매물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자체 제조 데이터와 외부 기관에서 확보한 정보를 기반으로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 ‘하이랩’(Hi-LAB)을 제공하고, 인공지능(AI) 가격 산정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한다.
하이랩은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뿐만 아니라 다른 국산 제조사나 수입차를 모두 포함한 차종별 시세 정보를 제공한다. 실거래 대수 통계를 통해 브랜드별·성별·연령별·지역별·가격대별·연료별 인기 모델을 제시한다. 또 제조사로서 보유한 자체 정기 점검·수리 데이터와 국토교통부·보험개발원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차의 성능·상태와 관련한 이력을 제공한다.
고객 서비스도 강화
현대차는 아울러 대고객 서비스도 강화했다.
인증 중고차는 신차와 동일하게 전국 1천300여개 현대차·제네시스 서비스망에서 보증서비스 등 차량 관리를 받을 수 있고, 신차 판매 시 제공된 무상 보증기간을 포함해 인증 중고차 구매시점 기준으로 1년 2만㎞까지 무상 보증을 이용할 수 있다.
또 커넥티드 카 서비스 ‘현대차 블루링크’와 ‘제네시스 커넥티드 서비스’는 신차 판매 시 제공한 무상 이용 기간을 포함해 인증 중고차 구매 시점 기준으로 1년간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고객이 주문한 차량을 배송 받고 운행했더라도 차량을 변경하고 싶으면 환불해주는 책임환불제를 운영하고, 신차 고객센터와 별도로 인증 중고차 전용 컨택센터도 운영한다.
중고차 시장 지각변동 일으킬까
현대차·기아가 중고차 사업에 뛰어드는 건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가 30조원 수준으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지난 2분기 매출(42조원)보다는 조금 작지만, 기아의 2분기 매출(26조원)보다도 큰 시장이다. 국내 중고차 판매량은 연 250만대로, 연 170만대 수준인 신차 판매량보다 많다.
유원하 현대차 아시아대권역장 부사장은 “중고차를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객이 더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겠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중고차 거래 문화를 안착시킴으로써 국내 중고차 시장의 선진화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소벤처기업부 권고안에 따라 한동안 판매량은 제한돼 있다. 전체 중고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2.9~4.1%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판매가 가능하다. 내년 4월까지는 점유율 2.9%, 내후년 4월까지는 점유율 4.1%를 넘지 않아야 한다. 현대차는 올해 연말까지 두 달여간 5000대 중고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다.
현대차의 이러한 중고차시장 진출에 기존 중소 매매상사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용인시의 한 중고차 매매상사 관계자는 “중고차 중 현대차·기아 매물이 제일 많은데 이들 제조업체가 직접 중고차를 팔면 사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며 걱정했다. 이어 “결국 현대차가 진출하지 않는 5년 이상, 10만㎞ 이상 중고차 시장을 두고 중소 매매상사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